공정위, 벤츠 전기차 허위광고 제재 ‘심의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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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1-19본문
배터리 제조사 허위표시 등 혐의로 조사 마무리···제재 여부 및 수준 결정
벤츠 “심사보고서 결론, 당사 판단과 달라”···행정소송으로 불복절차 가능성
‘배터리 안전성 논란’ 법원·국회로 확산···정부 약속에도 실질적 개선 없어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창에서 발생한 벤츠 EQE350+ 전기차 화재 장면과 감식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벤츠코리아의 전기차 허위광고 사건에 대한 제재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위원회 심의를 앞둔 최종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EQE350+ 화재를 계기로 촉발된 ‘배터리 안전성 논란’이 행정 제재, 법원 소송, 국회 논의로 동시에 확산되는 양상이다.
4일 시사저널e 취재 결과 공정위는 벤츠코리아가 자사 전기차 전 모델에 중국 CATL 배터리가 장착된 것처럼 광고한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조사, 심사보고서 송부, 피심인(벤츠코리아) 답변 검토 절차를 모두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고 안건 상정을 마무리했으며, 현재 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심의를 통해 제재 여부와 수준이 결정될 전망이다.
공정위의 제재 절차는 ▲조사 ▲심사보고서 송부 ▲피심인 답변 ▲위원회 심의 ▲의결의 단계로 구성된다. 이번 사건은 조사와 검토가 모두 끝나 ‘위원회 심의 및 의결’만을 남긴 상태로, 사실상 결론 국면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가 자사 전기차 전 모델에 중국 1위 배터리 제조사 CATL 제품이 장착된 것처럼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10위권 업체인 파라시스(Farasis) 제품을 사용한 점을 주요 위반 사유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소비자가 ‘CATL 배터리 탑재 차량’으로 오인하도록 만든 허위 표시·광고 행위로, 공정위는 이를 단순한 정보 오류가 아닌 조직적 기만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또 제휴 딜러사에 CATL 배터리 장착 사실을 안내하도록 교육해, 소비자 상담 과정에서도 동일한 허위 정보가 반복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해당 행위가 표시광고법 위반은 물론,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소비자 유인 행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벤츠코리아는 공정위 조사 당시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 다르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며 “심의 절차에 성실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 심의 결과 과징금 등 제재가 확정되더라도 향후 행정소송으로 다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광고 문제를 넘어 전기차의 배터리 구조와 설계 안전성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차주들이 벤츠 측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은 배터리 ‘모듈 구획화 부족’이 핵심 기술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차주들은 열폭주(thermal runaway)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차단벽 기능이 미비했다며 구조적 결함을 주장한다. 이에 재판부도 배터리 구조와 소재 안전성 검증에 착수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설계 및 소재 분야 전문가 3인의 증언을 듣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의 ‘Wake-up(절전해제)’ 기능 결함도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EQE350+는 완충 후 장시간 주차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은 발화 직전까지 어떠한 이상 신호도 감지하거나 저장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고 측은 “절전해제 기능이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BMS가 온도 상승이나 전류 이상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며 “화재 발생 전 경고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벤츠 측은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절전해제 기능은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 감시하거나 화재를 예측·경고하는 장치가 아니라, 차량 전원 제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절전 모드”라고 항변했다. 또 “주차 중 상시 작동을 전제로 하는 설계는 배터리 방전과 시스템 오류를 초래할 수 있어 기술적으로 적용이 불가능하다”며 “자사 전기차는 국제 안전기준(UN ECE R100 Rev.3)에 부합하는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을 갖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9월 ‘전기차 배터리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주행·충전뿐 아니라 주차 중 이상 감지 및 경보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이는 Wake-up 기능 등 절전 모드 상황에서도 배터리 이상을 탐지하고 경고할 수 있는 기술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질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손명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공개한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판매 중인 전기차 117개 모델 가운데 40% 이상이 여전히 주차 중 배터리 이상을 감지하거나 전파하지 못하는 상태로 남아 있다. 손 의원은 “국무조정실이 정책 방향을 제시했지만, 제조사별 적용 기준이 제각각이라 효과가 미미하다”며 “청라 화재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선 구체적인 기술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벤츠 EQE350+ 화재는 단순한 제조물 결함을 넘어 정부의 안전관리 공백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공정위의 허위광고 제재뿐 아니라, 전기차 안전 기준 전반에 대한 제도 점검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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