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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국과수 감정' 이례적 한계 인정…'손자 사망 사건'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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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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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4.11.23. 오전 9:40    수정2024.11.23. 오전 10:20

강윤서 기자


[인터뷰] 할머니 측 하종선 변호사, 국과수 지적에 반박 근거 공개
"급발진 재연시험 신빙성 없다" vs "사고 차량 조건 다 채웠다"
"소스코드는 제조사 영업비밀" vs "소프트웨어 결함 분석할 인력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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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할머니가 2023년 3월20일 첫 경찰조사를 마치고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급발진 사고는 있다. 차량 소프트웨어 결함을 입증한 미국의 '도요타 vs 북아웃(Bookout) 소송'이 이를 방증한다. 요즘 자동차는 전부 소프트웨어로 전자제어 돼가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서에는 소프트웨어의 '소'자도 안 보인다. 아직도 하드웨어만 들여다보는 실정이다."

'강릉 티볼리' 급발진 주장 사고의 운전자 측 변호인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시사저널에 이 같이 말했다. 최근 급발진 주장 사고가 늘어나는 가운데 국과수는 "급발진 발생 확률은 천문학적으로 낮다"고 밝혔다. 실제 국과수가 급발진을 인정한 사례는 없다. 이에 하 변호사는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가능성'을 입증한 미국의 사례를 들며 국과수 수사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반면 국과수는 시사저널과의 두 차례 인터뷰를 통해 충분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과수는 '강릉 티볼리 사건'와 '시청역 사건' 등의 급발진 수사 과정을 설명하고, 각 사건의 구체적인 감정 결과도 공개했다.

특히 강릉 티볼리 사건의 경우 하 변호사가 급발진 입증을 위해 시행한 재연시험에 대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급발진 주장 사고와 관련해 국과수가 개별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었다(「"급발진? 나부터 의심하고 일단 발 떼라"…과학수사 문제없다는 국과수」 기사 참조).

국과수의 지적에 하 변호사도 반박에 나섰다. 하 변호사가 맡은 강릉 티볼리 사고는 2022년 강릉에서 운전자인 할머니(71)가 몰던 티볼리에어가 갑자기 가속, 굴다리로 추락해 손자 이도현군(당시 12세)이 사망한 사건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약 2년 만에 '차량 결함 없고, 페달 오조작 가능성 있다'는 국과수 측 감정결과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할머니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하 변호사는 지난 11일 시사저널과 만나 국과수가 지적한 내용에 반박 근거를 제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그간 국과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급발진 주장 사고 수사의 문제점을 설명하기도 했다(「"국과수가 독점하고, 제조사는 숨는다…급발진 운전자만 속 타는 현실"」 기사 참조). 다음은 하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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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공유오피스에서 ‘강릉 티볼리’ 급발진 주장 사고 관련 할머니측 변호사인 하종선 변호사가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더 해볼 정밀분석 많은데…탁상에서 추론만 하는 국과수"

Q. 강릉 티볼리 사건부터 하나씩 보자. 이 사건과 관련해 운전자 측은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사고 현장에서 재연시험을 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해당 시험이 정상 차량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사고 차량의 주행기록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는데.

A. "근거 없는 지적이다. 시험 차량은 재연하고자 한 사고 당시의 차량과 똑같은 조건을 충족했다. 사고 당시 (운전자의 차량이) 모닝 차량과 부딪힐 땐 사고기록장치(EDR) 기록이 없을 정도로 충격량이 적었다. 법원이 임명한 감정인과 국과수 모두 당시 사고 차량의 엔진 및 변속기에 기계적 손상이 없었다고도 했다. 냉각수가 20초간 새긴 했지만 이마저도 차량 주행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즉 저희가 재연하려는 순간의 사고 당시 차량은 손상이 없었기 때문에 정상 차량으로 시험해도 무방했다. 따라서 국과수가 두 차량을 '다리 부상을 입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달리기 시합'으로 비유하는 건 사실과 배치된다."

Q. 사고 당시 긴급제동장치(AEBS)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과수는 가속페달을 60% 이상 밟았을 가능성(엔진회전수 6200~6400rpm으로 기록에 근거함)이 있다고 봤다.

A. "탁상공론적 추론에 불과하다. 국과수가 엔진회전수(rpm) 기록을 그렇게 분석한 이유는 '운전자가 변속레버를 D→N 변경해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국과수는 변속레버를 진짜 D에서 N로 바꾼 게 맞는지 정밀음향분석 감정을 실시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렸다. 만약, 국과수 추론이 맞더라도 N 위치에선 가속페달을 아무리 깊게 밟아도 AEBS가 작동이 해제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모닝차량과 충돌 전에 가속페달 변위량이 '8% 이하'였다는 감정결과가 민사소송에서 나왔다. 이는 60%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AEBS 작동해제가 일어날 수가 없다."

Q. 국과수는 사고기록장치(EDR) 신뢰성 검증을 종합적으로 시행한 결과,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액셀로 착각해 밟았다고 판단했는데.

A. "당초 국과수가 EDR 신뢰성 검증을 종합적으로 실시했다는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 EDR 신뢰성 검증은 (EDR에 기록된) 5초간 주행속도의 변화가, 5초 전 주행속도에서 5초 동안 가속페달을 100% 밟았을 때 발생하는 속도의 증가에 상응하느냐를 따져야 한다. 근데 국과수는 이러한 분석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Q. 국과수는 강릉 티볼리 사건을 감정할 때 '블랙박스 음향 분석', '전자제어장치 진단', '재현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고 한다. 이 같은 분석결과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가.

A. "각 감정 모두 문제점이 있다. 첫째, 국과수의 블랙박스 음향 분석은 그저 블랙박스에 녹음된 엔진소리에서 RPM 변화그래프를 추출한 것에 불과하다. 국과수 말대로 변속레버가 정말 D → N → D로 움직였는지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한 정밀음향분석은 하지 않았다. 둘째, 국과수 감정서에 보면, 전자제어장치 진단은 통상 서비스센터의 정비사들이 하는 고장코드(DTCDiagnostic Trouble Code) 진단장치를 꼽아본 수준에 그친다. 국과수가 이를 가지고 전자제어장치 진단을 했다고 주장하는 건 지나친 과장이다. 셋째, 재현 시뮬레이션의 경우 교통사고분석 프로그램에 불과한 PC Crash 프로그램에 국과수가 추출한 EDR 데이터를 넣어봤다고 하는데, 가속페달 변위량 100%는 PC Crash에 넣을 수 없다. 따라서 가속페달 변위량 100%를 집어넣지 않은 것을 재현 시뮬레이션이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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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 전경 ⓒ시사저널 박정훈

"소프트웨어 결함 분석은 시도조차 안 해"

Q. 소스코드 분석 등 차량의 소프트웨어 결함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해당 정보가 자동차 제조사의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확보하기 어렵고, 전 세계적으로도 이를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A. "국과수는 소프트웨어 결함 검증을 전혀 하지 않는다. 당초 이를 분석할 전문 인력도 없다. 심지어 급발진 사고에서 문제가 되는 엔진제어기(ECU)의 소프트웨어 결함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가 어떤 테스트(이를 급발진에 대한 '리스크 기반 테스트'라고 부름)를 실시했는지 확인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급발진 사고에서 긴급제동장치(AEB)가 작동하지 않는데, 국과수는 이에 대한 소프트웨어 결함 여부도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 그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60%이상 밟아 AEB 작동이 해제됐다고 추정할 뿐이다."

Q. 교통사고 분석의 핵심 근거인 사고기록장치(EDR)의 신뢰성도 짚어보자. 국과수는 EDR이 독립된 제어기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각각 다른 방에 기록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각 제어기가 고장 나더라도 데이터가 섞여서 EDR에 기록될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A. "'브레이크 스위치에서 나온 데이터와 가속페달 센서에서 나온 데이터가 각각 독립적으로 EDR에 기록된다'는 국과수 설명의 근거가 도대체 무엇인가. 2019년 유럽경제위원회(UNECE) 회의 내용에 따르면, 브레이크 스위치에서 나온 데이터는 물론, 가속페달에서 나온 데이터도 엔진제어기(ECU)로 간다. 또, 최근 자율주행차에 대한 안전성평가 국제표준인 UL4600에서도 'EDR에 가속페달 변위량이 기록되었다는 것이 실제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결함이 있는 저급의 소프트웨어가 그와 같은 상황이라고 착각했다는 의미'라면서 EDR의 한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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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코나 급발진 사고에 대한 국과수 감정서 내용 ⓒ하종선 변호사 제공

Q. 국과수는 '슈 마크(Shoe Mark)'를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입증할 핵심 증거로 채택해 왔다. 지난 7월 시청역 사고에서도 결정적 증거였는데, 이 같은 증거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A. "급발진 사고에서 운전자의 신발 바닥에 아무런 페달문양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함안에서 발생한 코나 급발진 사고다. 해당 사고에 대한 국과수 감정서에 따르면(사진 참고 ↑) 신발 바닥에 페달문양 흔적이 전혀 없다. 함안 코나 급발진사고에서 운전자는 운전자의 발에 멍이 시퍼렇게 들 정도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사진 처럼 운전자의 신발에 가속페달 문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는 페달 오조작을 했다고 감정했다."

Q. 슈 마크에 대한 국과수의 논리에 모순이 있다는 뜻인가.

A. "그렇다. 국과수 논리에 따르면 운전자의 신발에 액셀 문양이 찍혀 있지 않으면 운전자가 액셀을 밟지 않았다고 봐야 하는데, 오히려 액셀을 밟았다고 판단했다. 이건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많은 급발진 사고에서 운전자의 신발 바닥에 아무런 페달문양 흔적이 남아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과수는 운전자가 페달 오조작을 했다고 결론을 내리는 건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