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실수" "기체 결함"… 참사 1년 지나도록 원인 규명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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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1-19본문
무안 사고조사위, 의문만 더 키워
김아사 기자
입력 2025.12.29. 00:48
업데이트 2025.12.29. 11:30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전국에서 모인 참배객들이 분향소가 설치된 공항로비와 사고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2025.12.28. 김영근 기자
179명이 사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는 29일 사고 발생 1주기를 맞지만, 사고 원인에 대한 공식 발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조사를 완료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가 느리다 보니 경찰의 수사 역시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지난 1년간 수사를 벌였지만, 단 한 명도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다. 사고기 제조사 보잉, 제주항공 등을 상대로 진행되는 유족들의 보상 논의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종사 실수’ 강조한 사조위
키를 쥔 사조위는 지난 7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다 유족들의 제지로 이를 취소했다. 당시 사조위는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둔 조사 내용을 공표할 예정이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사조위는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조류 충돌 후 엔진 전력 장치(IDG)가 작동하지 않으며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탓에 항공기가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사고기의 착륙 당시 속도는 시속 380㎞가량으로 평소 항공기 착륙 속도(시속 260㎞)의 1.5배였다.

/그래픽=양진경
IDG는 엔진의 회전력을 통해 전력을 생산해 항공기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양쪽에 있는 이 장치 두 개가 모두 꺼져 항공기의 전력, 유압 기능이 고장 나면서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스피드 브레이크 등 기능도 함께 작동되지 않았다.
사조위는 조종사가 IDG를 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류 충돌이 발생한 지 19초 뒤인 8시 58분 45초에 조종사가 왼쪽 엔진을 끄는 내용이 블랙박스에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이 꺼지면 IDG도 꺼진다. 사조위는 지난 7월 유족 비공개 설명회에서 “(오른쪽 IDG가 꺼진 상황에서) 조종사가 우측 엔진을 끄려다, 좌측 엔진을 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른쪽 IDG도 조종사가 껐을 것이라는 게 사조위 판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조위가 외부 충돌이나 결함 등으로 인한 IDG 꺼짐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IDG는 다른 장치와 달리 덮개로 씌워져 있고, 쉽게 열지 못하도록 구리선으로 감겨 있기 때문에 조종사가 급박한 상황에서 껐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항공 사건 소송 전문인 하종선 변호사는 “IDG가 외력에 의해 꺼졌을 경우, 이 자체가 엔진 결함을 의미할 수 있다”며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콘크리트 둔덕, 여전히 개선 안 돼
사조위는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이 속도를 제어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사고 피해를 키우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둔덕의 존재가 사고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살피고 있다. 이 조사 내용이 국토부,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들의 처벌 여부를 가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 등에서 콘크리트 둔덕이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상황을 대비해 지정하는 ‘종단 안전 구역’ 밖에 있는 시설물이라는 입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부러지기 쉽게 지으라는 건 ‘종단 안전 구역 내’에 있는 물건만 해당하기 때문에, 법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안공항 개항 직전인 2007년 한국공항공사와 국토부가 주고받은 공항 현장 점검 자료에는 콘크리트 둔덕을 ‘종단 안전 구역 내’에 있다고 표시하고 있다.
국토부가 약속한 전국의 로컬라이저 철거 작업은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당초 국토부는 전국 7개 공항 9개 시설에서 콘크리트 둔덕 등 위험이 확인됐다며 공사를 연내 마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공사가 완료된 곳은 포항경주공항 1개, 광주공항 1개, 김해국제공항 2개 중 1개, 사천공항 2개 중 1개뿐이다. 국토부는 “여수공항은 31일까지 공사를 끝내고, 김해와 사천의 나머지 1개는 내년 2월 중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IDG(엔진 전력 장치)
엔진의 회전력으로 생산되는 전력을 항공기에 공급해 주는 장치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선 양쪽 엔진에 있는 IDG가 모두 꺼져 전력, 유압 기능이 고장 났다. 그 영향으로 착륙 과정에서 속도를 줄이는 스피드 브레이크 등이 작동하지 못했고 블랙박스도 기록을 멈췄다.

